드디어 오늘을 끝으로 나만의 화제의 드라마 <애나 만들기(Inventing Anna)>를 완주했다. 드라마를 보면 볼 수록 애나라는 인물에 대해서 너무나 궁금해져서 그녀에 대한 기사와 이야기를 좀 더 알아보는 포스트를 3개나 발행했던 것 같다. 그녀 또는 드라마에 관련된 이야기는 다른 포스트 내용을 읽어보시면 되고, 이번 포스트에서는 주인공들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후기 및 생각을 끄적여볼까 한다.
비비안 켄트(Vivian Kent) / 배우 애나 클럼스키(Anna Chlumsky)
애나 델비에 대해서 취재하던 비비안 켄트. 드라마 속에서는 자신이 기자로서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보도했던 것 때문에 회사에서 혹은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혀있던 터에 애나 델비에 대한 사람을 알게 되면서 애나를 1부터 100까지 조사해가며 기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특히 1화부터 점점 배가 불러오는 그녀는 만삭임에도 불구하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취재를 하는 열의를 보인다. 아마 지난 기사로 인해 그녀는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실망하고 낙담하면서 그것을 극복해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우선 그녀의 연기력은 굉장히 뛰어나다. 진짜 기자라고 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정말 연기를 잘한다. 하지만 그녀를 볼 때마다 존경심보다는 애잔함이 많이 느껴졌다. 특히 그녀의 남편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드라마 속에서 비비안 켄트의 남편은 ‘보모’처럼 그녀를 뒷바라지를 해준다. 그런데 이게 드라마를 본 사람은 알텐데, 부부로서의 희생을 넘어선 어찌보면 광기에 이르러버린 그녀를 옆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그녀를 다독여주고 힘을 주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워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불쌍해보이고 애잔해보이고 짠해보였다. 비비안 켄트 말고 그녀의 남편이. 비비안의 모습과 상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변호사 토드다. 토드 이야기는 뒤에서 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기자로서 소명의식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자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예계 기자라고 할 지라도 스타들의 인스타나 캡쳐하고 기사랍시고 올리는 그런 기자 말고, 직접 발로 뛰고 자료를 수집하고 기사 다운 기사를 써 내는 그런 진짜 기자들 말이다.
애나 델비(Anna Delvey) / 배우 줄리아 가너(Julia Garner)
처음에는 애나 델비라는 캐릭터에 엄청 빠졌다. 그녀가 하는 말 하나 하나가 청산유수처럼 느껴져셔 내가 애다 델비에게 혹 했었다. 아마도 그녀를 연기한 배우 줄리아 가너의 뛰어난 연기력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뻔한 거짓말이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했다. 드라마 후반부에 갈 때는 애나 델비가 어떤식으로 사기를 칠 것인지 그려질 정도였다. 나중에 ‘송금’해줄게요, 하면서 은행 탓으로 돌려버리는 그런 뻔한 방식.
정말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임에는 분명한데, 다 보고나면 그녀를 생각했을 때 두통이 저려오는 이유는 아마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던게 아닐까. 오죽하면 그녀가 무죄를 받고 다시 화려한 삶을 영유하기를 바랐을까. 넷플릭스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돈을 제시한 것이 이해가 갈 정도다.
그녀를 보면서 자꾸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한 인물이 그려지기는 했다. 포스트에서 언급을 하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인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이유는 기자다운 기자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빛을 발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삶을 보면서 조건없는 무한한 부러움을 가지는 몇몇 대중들 때문일지도. 저번 포스트에서도 언급했듯이, 분명히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제 2의 애나 델비, 제 3의 애나 델비가 분명 나타날거다.
토드 스포덱(Todd Spodek) / 배우 아리안 모아이드(Arian Moayed)
변호사의 사진은 굳이 들고 올 필요가 없어서 들고오지 않았다. 드라마 초반부에서는 역할이 그렇게 드러나지 않다가 8화와 9화에 이르러서는 주연 배우일 정도로 많이 나온다. 애나 델비를 변호하는 변호사 토드 스포덱은 법정에서 승률이 낮은 상태라 그것을 만회할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녀를 변호하는 자세한 내용은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패스하고, 변호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몇몇 행동들이 나는 이해가 안갔다.
재판이 끝나갈 즈음에 그의 부인은 2년 만에 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애나 델비를 변호하기 위해서 그 여행을 취소했다. 내가 이 변호사의 부인이었다면 엄청나게 화가 났을 것 같은데, 그 부인은 여행 당일(드라마 속에서) 애나의 무죄와 유죄 판결이 있던 법정에 친히 등장해주신다. 그리고 결과를 함께 보면서 나름 선방한 그녀의 남편을 응원해준다. 그리고 곧장 휴가를 떠날 줄 알았는데, 남편은 애나를 남겨둘 수 없다고 다시 재판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녀는 검정색 밴을 타고 떠나버린다.
비비안 켄트도 그렇고 토드 스포덱도 그렇고 애나 델비에 미쳐서 혹은 빠져서 그들의 주변 인물을 챙기지 못한 점은 정말 이해가 안갔다. 물론 자신의 일에 빠지면 가족보다 일에 우선시 되는게 맡기는 한데 이들은 그 정도가 좀 심했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이해할듯. 아무튼 그렇게 정이 가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 외 인물들의 현황
드라마 9화 마지막 부분에서, 실제 등장인물들의 사진과 그들의 현황을 보여주는데 짤막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모로코 여행에서 애나대신 호텔비를 결제해준 레이첼 윌리엄스(Rachel Williams)는 그녀의 이야기를 <내 친구 애나(My Friend Anna)> 책으로 썼고 그 책은 타임지 2019년 올해의 책 100권 중 하나로 선정이 되었다.
트레이너 케이시 듀크(Kacy Duke)는 애나 일 이후로 성가신 고객들을 자르게 되었고, 여전히 잘나가는 라이프 코치이자 트레이너다. 참고로 케이시 듀크를 연기한 라벤느 콕트(Laverne Cox)는 1972년에 출생한 트렌스젠더 여배우다. 드라마를 보면서 긴가 민가 했는데 검색해보니 그랬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나라 나이로 만 50세라는 점에서 한 번 더 놀랐다.
네프 데이비스(Neff Davis)는 호텔 리셉션에서 일하던 친구였는데, 그녀는 영화쪽 일을 하기 위해서 직장을 관두고 LA로 이사했다. 드라마 속에서 네프가 호텔리어 복장 위에 착용하는 벨트들이 다 예뻤다. 아마 페라가모 벨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중에 재판받는 장면에서는 구찌벨트까지 센스있게 착용했다. 그녀의 꿈을 위해서 LA로 이사한 점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최종 감상평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 속의 실제 인물이 궁금해서 이렇게 파고든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드라마속 인물의 행동이 시청자를 궁금하게 만들고 또 얼마나 대단한 사기꾼이었길래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야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남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드라마로 평하고 싶고, 결말을 알고 봐도 재밌는 드라마인 것 같다. 그래서 굳이 ‘스포주의’를 쓰지 않았던 이유도 없잖아 있었다. 3~4일 정도에 걸쳐서 감상했던 드라마 <애나 만들기>, 왜 머리가 지끈지끈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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